[민방위 15호 자막]

 

프랑크씨

 

프랑크씨?

 

클라러?

 

클라러씨

 

미프

 

내 친구들

 

오랫만이에요

 

아무 소식도 못들었는데

 

나만 남았어요

 

우리랑 같이 가요

 

그리고 이젠 좀 쉬세요

 

- 우리와 함께 살아요
- 아니, 여기 있기 싫어요

 

여기가 프랑크씨 댁이에요

 

- 암스테르담이 고향이라구요
- 여기엔 추억이 너무 많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요

 

미안해요, 난...

 

이렇게 말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기운 내세요

 

모든게 없어졌어
그 아이 책도...

 

종이 조각들만 남겨놓고
모두 다 가져갔어요

 

편지랑 서류는 여기있어요

 

다 태워버려요

 

모두 다

 

그 애한테는

 

노트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안네의 일기장요?

 

그거 여기 있어요

 

1942년 7월 9일

 

1942년이라면?

 

겨우 3년 전이잖아?

 

우린 좋은 친구니까

 

내 모든걸 적어 놓을게

 

내 이름은 안네 프랑크이고
13살이야

 

우린 유태인이라 히틀러를 피해

 

네델란드로 왔어

 

전쟁 전에는 참 살기 좋았는데
독일군이 점령한 후부터

 

유태인들은 살기 힘들어졌어

 

우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됐지

 

노란 별도 달고 다녀야 했어

 

내 자전거를 압수당했고

 

학교도 갈 수가 없어

 

난 극장에도 갈 수 없고
버스나

 

차도 못 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지

 

하지만 나같은 아이에게도
재미있는 일이 있어

 

아빠가 오늘 아침 5시에

 

깨우시더니 짐을 싸라는 거야

 

이제 숨어 살아야 한대

 

사람들이 의심할까봐 난

 

웃을 있는 대로 껴입어야 했어

 

우린 곧 사라졌지

 

공기속으로 녹아 들어간 것처럼

 

그때부터 나의 신나는
모험은 시작됐어

 

우리 말고 3명이 더 살 건데

 

아빠만 아는 사람들이야

 

-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 집이 멀어서 그래

 

- 엄마
- 분명히 끌려갔다구요

 

- 이제 그만 해
- 엄마, 아빠!

 

저희 왔어요

 

- 반단씨
-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부인
- 네, 프랑크씨

 

피터, 잘 있었니
경찰이 쫙 깔려 있어서

 

좀 돌아왔어요
제 가족이에요

 

이쪽은 딸 안네, 어서와라
집사람 에디스

 

큰딸 마고, 이쪽은 반단 부부

 

아들 피터예요

 

그럼, 우린 짐 정리를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다들 오셨군요, 잘 됐어요

 

일이 잘못 되지는 않을까
걱정 많이 했습니다

 

당치도 않은 생각이에요
여기서 편히 지내게 될 겁니다

 

- 샌드위치 좀 만들어 왔어요
- 고마워요

 

깡통이랑 콩, 감자도 있어요

 

- 배급 통장은 오후에 가져올게요
- 우리 배급 통장요?

 

그자들이 그걸 보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게 탄로날 텐데요

 

걱정마세요, 여러분 이름은
쓰지 않을 거예요

 

- 아빠, 종탑 시계에요!
- 안네, 안돼!

 

커튼을 걷어선 절대 안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요
항상 닫아 둬요

 

길에서 누가 본다거나
맞은 편에서 보면

 

우린 끝장입니다
명심하세요

 

그렇게 되면 클라러씨와
미프까지 위험해 집니다

 

짐 정리하는데 13분밖에
안 남았어요. 고마워요

 

미프와 전 매일 음식과
뉴스를 전하러 올게요

 

미프, 이제 그만 가지

 

잘 있어요
그럼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

 

프랑크씨 같은 분이
숨어 지내게 되다니 정말...

 

고마워요, 클라러씨

 

잘 가요, 갈게요

 

- 안네!
- 3개나 입어서 그래요

 

근데 13분 남았다는 게

 

- 무슨 말이에요?
- 점원이 온단 말이죠

 

그가...

 

일하고 있는 동안
우린 조용히 지내야 해요

 

아래층에선 소리가 전부 다
들리니까요

 

점원은 8시 반에서
5시 반까지 일하니까

 

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시간은

 

아침 8시까지입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양말을 신고 움직이세요

 

말도 귓속말만 하고
물도 써선 안돼요

 

수도 파이프가 아래층

 

작업실을 지나가거든요...

 

또 들킬 수가 있으니
휴지를 버려서도 안돼요

 

모두 다 모아서 밤에
난로에 태울 거예요

 

그래야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 남을 수 있어요

 

전쟁이 끝날 때까지...

 

6시 이후엔 웃고 떠들고
밥도 먹고

 

맘대로 할 수 있어요

 

8시가 되기 전에 빨리

 

정리를 끝내는 게 좋겠군요
부인과 반단씨는 위층을 쓰시고

 

피터는 거기 방이 없으니까
우리와 여기서 함께 지내요

 

- 그럼 전요?
- 너랑 마고는 저 방이다

 

- 프랑크씨, 저기..
- 네?

 

- 프랑크씨는 어디서 주무세요?
- 여기서요

 

말도 안돼요
두 분이 위로 가세요

 

몇 주 동안 생각했는데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에디,
- 네?

 

간 밤에 못 잔 것 같은데
마고랑 가서 좀 자요

 

- 안네는요?
- 전 괜찮아요

 

아빠를 도와드릴게요

 

이리 오세요
여보

 

올라 오세요

 

프랑크 아저씨?

 

- 아저씨
- 왜?

 

- 고양이한테 물 먹여도 돼요?
- 고양이를 데려 왔어?

 

빨리 먹여라

 

- 시간이 없으니 조용히 해댜 한다
-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죠

 

고양이가 있는 줄 몰랐어

 

나도 고양이 좋아하는데
이름이 뭐니?

 

- 무쉬
- 여자야, 남자야?

 

- 숫놈인데 낯선 사람은 싫어해
- 이제 같이 살텐데 뭘

 

- 잘 길들여 봐
- 싫어

 

싸우지 않으려면
잘 길들여야 해

 

너무 예쁘다

 

어느 학교에 다녔니?

 

- 유태인 고등학교
- 우리도 거기 다녔는데

 

- 알고 있어
- 한번도 본 적 없는데

 

- 난 봤어, 가끔씩
- 그랬어?

 

그럼 왜 말도 안 걸었어?

 

글쎄
난 항상 혼자였거든

 

이젠 아니야

 

애들이 내가 결석한 걸
보고 뭐라고 할까?

 

산느와 만나기로 했는데
산느를 알아?

 

- 아니
- 산느는

 

내 친한 친구야
우린 둘다 말라서

 

뼈다귀라고 놀림을 받았지

 

별을 떼버렸구나

 

그래

 

그럼 안돼, 당장 체포될 거야

 

여기 있을텐데, 뭘

 

- 와서 좀 도와라
- 내가 있잖아

 

- 어떻게 할 거야?
- 태울거야

 

말도 안돼
자기 물건을 태우다니

 

- 말도 안돼
- 말도 안된다고?

 

이젠 쓸모도 없는데

 

하지만 이건

 

다윗의 별이란 말이야

 

안네야, 8시 다 됐다

 

우리와 같이 있자
긴 하루가 될 거야

 

아뇨,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신발은 벗어야겠지?

 

피터...

 

함께 살게 돼서 기쁘다

 

저도요

 

나중에 봐

 

우리랑 같이 학교에 다녔대요

 

클라러씨와 비서가 아래층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

 

우린 두 분을 보호자라 불러

 

우릴 숨겨준 게 들키면 두 분이

 

어떻게 돼나 아빠한테 여쭤보니

 

우리와 똑같이 고통을 당하게
될 거라고 하셨어

 

밑엔 향신료 공장이 있어서

 

건물 전체에 매캐한 냄새가 나

 

첫 날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어

 

"그건 내가 해 본 어떤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그곳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곳보다 훨씬 좋은 안식처다"

 

이게 끝인데,

 

읽은 것중에
가장 슬픈 책이었어

 

우리입니다
미프와 클라러예요

 

어서 오세요

 

두 분이 왔어요

 

- 프랑크씨
- 네

 

- 부탁하신 상자예요
- 고마워요

 

어서 오세요

 

너무 조용해서
빈 집인 줄 알았어요

 

너무 신기해요!
꼼짝도 않고 있었다는 게

 

학교에 가서 애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요

 

무쉬! 무쉬!

 

피터! 피터

 

무쉬!

 

쉬! 안네

 

피터, 조심하랬잖아

 

조용히 좀 해

 

지금은 떠들어도 돼요

 

- 그래 착하지
- 정말 예뻐

 

- 고마워
- 무슨...

 

안네야

 

이 상자를 열어보렴

 

여기가 꼭 어떤지 아세요?

 

기숙사 같아요
아주 독특한 기숙사요...

 

내 스타 사진들이잖아요

 

어디 뒀는지 찾았는데

 

존경하는 여왕님까지
너무 좋아요

 

더 있으니까

 

어서 꺼내 봐

 

일기장

 

일기장이네요

 

정말 갖고 싶었어요

 

연필이 없네
잠깐 내려갔다 올게요

 

- 안네야, 안돼!
- 지금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래도 안돼
여기 꼼짝말고 있거라

 

- 안돼요?
- 그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어

 

- 알겠어요
- 힘들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네 마음은 항상

 

열려 있다는 걸 명심해라

 

물론 우리들 사이도 마찬가지고

 

안전을 위해서 우린 여기 있어야 돼

 

며칠 전 엄마랑 덧신 때문에
싸웠었지?

 

넌 죽어도 신기 싫다고 했지만
결국 지금 신고 있잖니

 

여기 있는 동안은

 

늘 신고 있어야 해

 

알겠지?

 

그리고 이젠 피아노를
쳐서도 안돼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일기를 쓴다는 건
좀 웃긴 일이야

 

전에도 한번도 써 본적이
없는 데다가

 

나같은 13살 학생이 쓰는
비밀 일기 따위엔

 

아무도 관심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뭐 어때?

 

난 마구 쓰고 싶어
내 맘속에

 

감춰둔 비밀을 쓰고 싶은 걸

 

참을 수가 없는데, 뭐

 

무엇보다도, 나만의 비밀을

 

고백하고 싶지만

 

아직 내 속의 나를
잘 몰라

 

다만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도 못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다닐 수도

 

없는 내 처지가 웃기긴 해

 

1942년 9월 23일 수요일

 

전쟁에 관한 희소식이 있어

 

스탈린 그라드는 아직
저항을 계속하고 있고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
주둔해 있대

 

- 됐다, 모두 퇴근했어
- 야호!

 

- 안네!
- 화장실 먼저 쓸게요

 

- 6시니까 학교가 끝났겠구나
- 신발이...

 

- 내 신발 못 봤니?
- 무슨 신발?

 

- 네가 숨겼잖아
- 내가?

 

- 안네야, 제발
- 가만 안둬

 

잡아봐

 

- 그만해 아파!
- 안네, 피터!

 

- 어디 가?
- 무쉬한테 밥 주러

 

- 피터!
- 피터랑..

 

그러면 못써
얌전치 못하게시리

 

누가 얌전하고 싶대요?
그런 거 딱 질색이에요!

 

어른처럼 대해 달라면서
정작 대해주면 화를 내는구나

 

심심해 죽겠어

 

저 애랑은 잘 안 통해요

 

-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다
- 시간이요? 벌써 2달이 지났는데요

 

정말 따분해요

 

울지도 몰라요

 

미프가 왜 안오죠?
언제나 정확하게 왔는데

 

- 언니, 나랑 춤추자
- 할일이 있어

 

이러다 춤추는 것도
잊어버리겠어

 

밖에 나가게 되면
아는게 하나도 없을 걸

 

- 피터는 어딨니?
- 뻔하죠, 뭐 고양이랑 있을 거예요

 

전 같으면 공부할 시간인데

 

피터

 

- 피터!
- 왜 그래?

 

네 어머니께서 보자셔

 

무쉬 밥 줘야해요

 

아버지가 온 종일 고양이와
놀기만 한다고 뭐라신다

 

- 맙소사, 점심 때부터 아버진 보지도 못 했어요
- 어쨌든 알아서 해라

 

- 내가 먹일께
- 됐어, 저리 꺼져

 

여자 친구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엄마, 제발..

 

-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 얼굴이 빨개졌네

 

아니에요, 절 좀

 

- 내버려두세요
- 내가 뭘? 오히려 네가 더 이상하다

 

여자 친구가 있는 게
뭐 그리 쑥스러운 일이라고

 

말도 안 돼요
쟤는 겨우 13살이에요

 

그게 어때서?
너랑 3살 밖엔 차이 안나잖니

 

네 아버진 나보다 10살이나 많다

 

이 전쟁이 길어지면
사돈이 될 수도 있겠네요

 

- 행운을 빌어요
- 점심때부터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요

 

무쉬 밥줘야 해요
우리 예쁜 무쉬

 

너 없인 난 못 살아

 

아이 예뻐라

 

- 그만해, 꽥꽥이 아줌마
- 뭐라고?

 

- 꽥꽥이 아줌마!
- 너!

 

네 별명이 꽥꽥이 아줌마라고
하던데

 

너같이 무례하고 버릇없는 녀석은
처음이야

 

꽥, 꽥, 꽥

 

- 꽥!
- 우!

 

몸이 안좋은거 같구나

 

- 어디 아프니?
- 아니에요

 

- 열이 있는데?
- 아니에요

 

이젠 의사를

 

부를 수도 없으니
조심해야 해

 

병에 걸리지 말아야 된다
어디 혀 좀 보자

 

- 엄마, 아주 볼쌍사납다구요
- 얘야 아기처럼 굴지 말고

 

어서 혀를 내밀어 봐

 

여보

 

어서 엄마 말씀 들어라

 

어서 내밀어 봐

 

꽥

 

안네

 

- 여보
- 안네야

 

괜찮구나

 

이제 우리 안네한테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거나

 

산느가 놀러 올 수 없는 게

 

별 문제가 되진 않겠지?

 

피터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으면 좋겠어

 

그럼 같이 얘기를 할 수 있을텐데

 

왜 하필이면 저런 애랑

 

같이 살아야 하는 거야?

 

- 누가 왔니?
- 미프인가?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요

 

다쳐서 기절한 거 아닐까요?

 

괜찮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담배가 없으니 죽겠구만

 

안네, 오늘 역사랑 라틴어
시험은

 

- 아주 잘했다
- 그럼 수학은요?

 

솔직이, 지금까지 겨우 가르쳤는데

 

이젠 나보다 더 나은 것

 

같구나
이제부터 마고한테 맡겨야겠다

 

- 대수는 지겨워요
- 맞다

 

- 제건 어때요?
- 물론 최고겠지, 뭐

 

안네야 그만해라

 

마고, 불어 작문 참 잘했다

 

- 이거 입어봐도 돼요?
- 그럼 못써

 

그래 입어봐라

 

하지만 더럽히면 안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주신 거야

 

아버진 항상 아주 비싼 것만
사주시곤 했지

 

결혼 전에 남자 친구
많으셨어요?

 

안네, 그건 아주 사적인 질문이야

 

그건 걸 묻는 건 실례야

 

괜찮아요

 

우리 집엔 항상 남자가
줄을 섰단다

 

- 내가 젊었을 땐...
- 또 그 소리

 

조용해요!

 

우린 힐베르 섬에 있는
아주 큰 집에 살았지

 

남자애들이...

 

남자애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곤 했어

 

내가 17살땐,

 

미니 스커트가 유행이었는데
내 다리는 아주 늘씬했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만큼 젊진 않지만...

 

다리는 여전히 늘씬하지
어때요, 프랑크씨?

 

그래, 어디 구경 좀 할까

 

난 프랑크씨한테
물어 봤어요

 

- 이제 그만하세요
- 내가 뭐 어때서?

 

넌 착한 여자랑 결혼해서
잘 살면 되는 거야

 

아버진 남자가 너무 많이
따라다닌다고 걱정하셨지

 

그래서 남자가 추근거리면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어

 

아무개씨, 전 아주 얌전한
숙녀라는 걸 명심해 주세요

 

애 앞에서 그게 뭐야

 

뭐든지 이 일기장에
적는 거 몰라?

 

그게 어때서요?
난 틀린 말 한적 없어요

 

- 아직 못 끝냈어?
- 네

 

- 머리 좀 써라
- 그만 해요

 

그래요, 전 저능아에요
구제 불능이라고요

 

그렇지 않아, 그런 소리 마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아버지가 우릴 가르져 주시는
것처럼 말야

 

내가, 아니 우리가 도와주면

 

그래, 같이 공부하는게 어떠니?

 

우리 함께
학교 공부를 하자꾸나

 

고맙습니다

 

- 프랑크씨?
- 네?

 

정말 천사같으세요

 

당신같은 분과 결혼을
했어야 했는데

 

방에 가서 공부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실례합니다

 

말 잘 들어라, 아주 많이
배운 분이시다

 

8시가 지났는데
왜 안오는거야?

 

- 한명도 안 오네
- 올거예요, 걱정마세요

 

조용히 해, 무슨일이 생긴거야

 

그렇게 엎드려서 다
차지하고 있으면 어떡해?

 

그 성질 다 담배 때문이야

 

- 언제 담배 폈다고 그래?
- 벌써 그 담배를 다 피워 버렸군요

 

- 겨우 한 갑밖에 안 갖다줬어
- 이번에

 

- 아주 끊어버려요
- 제발 그만 좀 해

 

돈 벌어서 다 담배 피웠잖아요

 

그만 하라고 했어!

 

왜 그렇게 쳐다 봐?

 

저 어른이 이렇게 애들처럼
싸우는 거 처음 봤어요

 

이건 싸우는 게 아니라 논쟁을 하는거야
너 같이 무례한 애는 나도 처음이다

 

- 무례하다구요?
- 그래

 

- 우유나 마셔라
- 버릇이 없어!

 

너 같은 애한텐
매가 최고지

 

아무개씨, 전 숙녀라는 걸
명심하세요

 

정말 못 참겠다
네 언니처럼 얌전해 봐

 

그렇게 설쳐대지 말고

 

충고하는데

 

남자는 너같은 여자 싫어해
알겠니?

 

다시 말해 조신하게
남자 말에 경청하고

 

요리, 바느질, 청소를 잘하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요
그렇게 사느니 말이에요

 

전 유명한 사람이 될 거예요

 

- 파리로 갈 거라구요
- 파리?

 

- 음악과 미술을 공부하러요
- 그래?

 

배우나 작가, 아니면
무용수가 될 거예요

 

- 이게 뭐야
- 죄송해요

 

얘가 정말

 

- 아버지께서 주신 옷인데!
- 죄송해요

 

이거 어떻게 할래?
얼룩이 졌잖아

 

미치겠어 정말, 어떻게 해

 

그 까짓 코트갖고, 뭘...

 

이러면 정말 안돼

 

실수였어요
누구나 하는 실수요

 

그런 말이 아냐
그렇게 말대꾸하면 못써

 

저 분들은 손님이잖니

 

마고가 저 분들과 언제
다투는 거 봤니?

 

언니 좀 닮아라

 

잠자코만 있으라구요?
전 싫어요

 

넌 어떻게 된 아이니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그렇게
대들었다면...

 

시대는 변했어요
사람들은 낡은 거 싫어해요

 

네, 엄마 아니오, 엄마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이러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전 유명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러는 데는 싸움이 필요 없어
마고는 그러지 안잖아

 

늘 하는 소리
마고 좀 닮아라

 

언니는 뭐든지 옳고
전 뭐든지 틀리죠

 

엄만 항상 나랑 반대야
정말 미워 죽겠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쟤한텐 말도 못하겠구나
대들기만 하니, 원

 

저러다가도 금방 풀어져서
웃고 떠들잖아요

 

저 사람들도 싫어

 

두가족이 같이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쉬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아

 

아버지

 

왜?
미프 아줌마에요

 

- 여기 있어요
- 그래

 

- 미프라고?
- 네

 

- 드디어 담배가 왔군
- 미프 아줌마셔

 

그 코트 정말 죄송해요

 

괜찮다

 

어서오세요, 미프

 

안녕하세요

 

클라러시가 오시면
태양이 뜨는 것 같아요

 

- 더크가 떠났어요
- 미프 아줌마의 약혼자야

 

노동자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숨어야 했거든요

 

그이가 라디오를
갖다 드리라고 했어요

 

- 자기나 가지지
- 뉴스도 들을 수 있어요

 

보세요

 

라디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세상 소식을 다 전해 주거든

 

좋은 음악을 들으려면
독일 방송을 듣고

 

서부 전선의 독일 연합군을 12일간

 

희소식을 들으려면
BBC를 듣지

 

쉴새없이 공격한 끝에
전원 퇴각했습니다

 

제 8군은 진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잘 했어

 

좋아 나치는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볼까?

 

베를린이에요

 

더 들어야 해요?

 

됐다, 이제 꺼라

 

경찰이 우릴 찾았나 봐

 

이 쪽이에요, 듀셀씨

 

클라러입니다

 

- 문 열어 주세요
- 두사람이에요

 

- 클라러?
- 네, 문열어 주세요

 

- 어젯밤 손님이 왔더군요
- 간 밤에 누가 왔어요

 

도둑이죠

 

네? 도둑이요?

 

네,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바로 이 아래에 있었어요

 

밑에 사무실이거든요

 

그런 줄도 모르고
경찰인 줄 알았어요

 

- 도둑이 틀림없어요?
- 물론이죠, 조용하셨죠?

 

움직이지도 않았고
밤새 숨도 못 쉬었어요

 

- 네, 바로 밑이라서
- 혼났죠, 뭐

 

책상이고 서류고 다
뒤졌더라구요

 

금고도 찾았는데
열지는 못 했죠

 

지하 조직에서 주는
배급 카드를 찾고 있었나 봐요

 

- 누군가 알고 있어요
- 그게 금고에 있거든요

 

다시 올 거예요. 금고를
어서 다른 데로 치워버려요

 

그러죠, 문에다 "도둑은 오지 마시오"

 

"금고는 없습니다"라고 쓰고요

 

- 농담 마세요
- 프랑크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네, 하세요
- 다 라디오 때문일 거예요

 

얼른 태워 버려요
경찰한테 들키면

 

일기도 찾아낼 테니
그것도 태워야 해

 

내 일기를 태우면 죽어버릴 거예요

 

- 어디 있지?
- 반단씨

 

우리가 들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있겠어요?

 

- 항상 희소식을 전하고 싶지만...
- 네, 잘알아요

 

그런데 일이 생겼어요
누가 날 찾아와서

 

의사인 유태인 친구를
숨겨줄 수 없겠냐고

 

사정하지 않겠어요

 

여러분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왔어요

 

- 어떻게 안될까요?
- 알겠어요

 

- 이름은 장 듀셀이에요
- 잠깐, 아는 사람 같은데

 

- 같이 살아도 좋아요
- 고마워요

 

근데 어디다 재우죠?

 

- 먹을 것도 모자라는데 한 사람이 더 오면..
- 조금씩 아껴 먹으면 돼요

 

- 제 침대를 쓰시게 하죠
- 고맙지만..

 

마고가 우리와 있고
그 방을 쓰면 돼

 

방을 치울게요

 

듀셀씨

 

머리 조심하세요

 

어서 오세요

 

프랑크씨예요

 

- 오토 프랑크씨?
- 네, 이리주세요

 

고맙습니다

 

이젠 안전하세요

 

코트 벗으셔도 돼요

 

-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 이 분들이

 

생명선이죠, 두 분 아니면
죽은 목숨이에요

 

우리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다고, 그렇지 않아요

 

- 나치가 싫을 뿐이죠 그들짓이...
- 알아요

 

유태인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원

 

잘 계신지 보러 내일
또 올게요

 

- 안녕히 계세요
- 잘 가요

 

- 잘 가요, 미프
- 살펴 가요

 

- 환영합니다
- 고맙습니다

 

이쪽은 아내 에디스이고

 

딸 마고와 안네예요

 

- 안녕, 안네
- 안녕하세요

 

- 안녕
- 안녕하세요

 

이리 앉으세요

 

고마워요

 

꿈만 같군요

 

프랑크씨가 여기 계시다니

 

스위스로 간 게 아니었군요?
누가 그리 갔다고 하던데

 

- 줄곧 여기 계셨어요?
- 7월부터요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클라러씨가 말해 드렸죠?

 

우리 7명은

 

3인용 배급 카드로 살았는데

 

이제 8명이 된 거요

 

지금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시오?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이곳에선 매일 수 백명의 유태인이
사라지고 있어요

 

집집마다 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애들은 방과 후 집에 와서
없어진 부모를 찾느라 난리죠

 

수 백명이 이송되고 있어요

 

우리가 아는 사람들
할렌슈타인, 웨슬스씨...

 

세상에!

 

소집 명령을 받으면

 

짐을 싸서 무슨 일이 있어도

 

역까지 가야 하죠

 

안 그러면 잡혀서 마차우센 행

 

배를 타는데, 가면
끝장이에요

 

그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어요

 

이런 말 해서 죄송합니다

 

브리즈시네를 아세요?

 

잡혀갔어

 

산느는 저랑 제일 친한

 

같는 반 친구에요

 

그 애도 학교에서 돌아와
없어진 부모를 찾았지

 

이틀 후에 그 애도
경찰이 데려갔어

 

데려가요?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세상에...

 

혹시 우리 이웃인
메어버그라는

 

- 사람도...?
- 얘긴 나중에 듣도록 하죠

 

듀셀씨는 짐 정리를 하셔야죠

 

방까지 모셔다 드려라

 

저를 따라오세요

 

감사 안 드렸다면 죄송해요

 

저로선 충격이 컸거든요

 

제가 네델란드인인 줄 알았죠
거기서 태어났거든요

 

아버지,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와서 유태인이라니...

 

실례합니다

 

클라러 아저씨께서 하신
말씀과 너무 틀려요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클라러씨 말을 믿겠어

 

잘 자라

 

- 너도 해야지
- 안녕히 주무세요

 

- 안영히 주무세요
- 부인도요

 

아이는 없으세요?

 

아니, 결혼 안했어

 

- 그럼 가족도 없으세요?
- 그래

 

끔직해라

 

아주 외로우셨겠어요

 

그렇지 뭐

 

그런 일은 생각도
못 해 봤어요

 

그럼 애완 동물은요?

 

- 고양이나 강아지라도?
- 아니

 

털 있는 동물한테
알레르기가 있거든

 

- 천식이거든
- 어쩌지

 

뭐?

 

피터가 고양이를 길러요

 

- 뭐? 여기서?
- 네

 

하지만 거의 못 봐요

 

- 온 종일 자기 방에 두니까
- 그래

 

- 괜찮으실 거예요
- 그랬으면 좋겠다

 

아저씨를 귀찮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아주 잘 할 자신 있어요

 

나도 젊은 사람들이랑
잘 지내

 

애들과 잘 놀아 준다고 환자들이

 

항상 자기 애들을 데리고 왔지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맙습니다

 

잘 자라

 

좀 있다 올게

 

안녕히 주무세요

 

조심하세요

 

산느

 

산느?

 

산느!

 

살려 주세요!
안돼!

 

안돼! 데려가지 말아요
그만 해! 제발

 

살려주세요

 

- 얘야,괜찮다
- 불 좀 켜주세요

 

꿈이야, 괜찮다

 

아무 일 없어

 

얘 때문에 일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소릴 질러 댔으니

 

누가 들었을 지도 몰라요
우린 이제 위험해

 

안네는 훈련 받은
군인이 아니에요

 

침대로 돌아가세요

 

아이가 진정하게요

 

침대로 가라고?

 

유일한 안식처인
화장실로 가는 게 낫겠어

 

침대로 가세요

 

물 마실래?

 

악몽이었니?

 

말해 주지 않을래?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자거라

 

- 곁에 있어 줄게
-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내가 그러고 싶구나
진심이야

 

싫어요

 

잘 자라

 

괜찮겠니?

 

뭐 필요한 거 없어?

 

아빠 좀 불러 주실래요?

 

그래

 

당신을 찾아요

 

- 여보
- 가 보세요

 

아직도 떨고 있어요

 

난 필요 없대

 

키스하려니까 밀쳤어

 

경찰이 산느에게 했던 것처럼
절 잡아가려 했어요

 

안네야

 

저 나이땐

 

여자 애들이
아버지를 더 좋아해요

 

아버지한테만 의지하죠

 

너 안 그랬잖아

 

저...

 

- 책 읽어줄까?
- 아뇨, 그냥 곁에 있어 주세요

 

무서워요

 

- 누가 들었을까요?
- 아니, 어서 누워라

 

그렇지
이제 자도록 해라

 

저는 지독한 겁쟁이에요

 

저한테 정말 실망했어요

 

다 큰 줄만 알았는데

 

겁나니까 아기처럼
행동해 버렸어요

 

사랑해요, 아무도 아빠만큼
좋아한 적 없어요

 

- 안네야...
- 정말이에요

 

아빠뿐이에요

 

아주 오랫동안 그 생각을
했어요

 

고맙다

 

날 사랑한다니...
하지만 엄마도 똑같이

 

사랑해주면 좋겠구나

 

엄마가 네 사랑을

 

얼마나 원하는데

 

우린 공통점이 없어요
절 이해하지 못 하세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역정을 내시잖아요

 

좀 전엔 엄마 마음을
아프게 했어

 

울고 계시잖니

 

전 정말 못된 아이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지 마시고 도와 주세요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단다

 

좋은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할 뿐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야 해

 

노력하고 있어요

 

밤마다 그날의 잘못한 일을
되새기고 반성해요

 

아줌마 침대에 걸레를
두었던 일 같은 거요

 

이젠 엄마 차례에요

 

제 잘못이라고 속으로 말해요

 

다신 안 그래야지 맹세도 하구요

 

더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일은 다신 없을 거예요

 

제게도 착한 면이 있지만

 

내보이기가 두려워요

 

사람들이 비웃을까봐요

 

그래서 나쁜 모습만
자꾸 보이죠

 

착한 모습은 안에
감춰두고요

 

물론 둘을 바꾸려고
노력은 해요

 

착한 모습은 보이고

 

나쁜 모습은 감추려고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정말로요

 

만일...

 

잠들었어

 

1942년 10월 29일 목요일

 

듀셀 아저씨와 어제
대판 싸웠어

 

정말이야

 

아저씨 말로는
전부 다 내 잘못이란 거야

 

한참 떠드실 때 난 생각했지

 

언젠가 본 때를

 

보여주고
말겠다고

 

왜 어른들은 자기가 애들을
잘 다룬다고 생각할까?

 

특히 아이가 없는 분이 말이야

 

1942년 11월 9일 월요일

 

기쁜 소식이야
연합군이 아프리카에 상륙했어

 

처칠 수상이

 

런던에서
방송으로 연설했어

 

그들은 항상 남들에게
떠넘기곤 했었죠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아직 후반부에 접어든 것도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 조금 지났을
뿐입니다

 

공습은 더 치열해졌어

 

밤낮없이 영국 비행기가 독일로
진격하는 소리가 들렸지

 

너무 심해
정말 심해

 

이 집을 폭격하면

 

나갈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죠?

 

이 집을 맞출 수만 있으면
걱정이 사라지는 겁니다

 

영국 비행기가 맞았어요
이쪽으로 추락해요

 

피터

 

피터!

 

여기서 멀어요
이제 괜찮아

 

저길 보세요

 

음악 소리 같아요

 

- 음악이요?
- 네

 

영국비행기가 더 많이 올수록
전쟁이 더 빨리 끄나는 거예요

 

- 집에 빨리 갈 수 있다는 소리죠
- 그런 날이 정말 올까요?.

 

지금 차 한 잔 하고 싶은데?

 

저도요

 

그럼

 

내일 아침엔 없다

 

- 괜찮아요
- 나도 어서 줘

 

저도요

 

듀셀씨도 지금 드실래요
아니면 아침에 드실래요?

 

- 아침에 마실게요
- 정말요?

 

네

 

저도 지금 주세요

 

하늘을 보세요

 

피터!

 

피터!

 

피터!

 

피터!

 

우리를 축복해 주시고

 

하누카 제단을 밝혀주신

 

우리의 지배자이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을
해방시켜 주신

 

우주의 지배자이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저희에게 생명과
양식을 주시고

 

이런 기쁜 날을 맞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 아멘
- 아멘

 

1942년 12월 7일 월요일

 

올해 하누카 날은
일찍 왔어

 

불을 켜는 건

 

2천년 전 조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섭니다

 

그들은 차별과 억압에 싸워서

 

후손에게 성전을 물려 주셨죠

 

이 빛으로 늘 주님을 믿고

 

다르게 해 주소서, 아멘

 

- 아멘
- 아멘

 

너희를 산까지
인도해 주시고 도와주신 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덕택이다

 

너희가 떠났어도 주님은

 

괴로워 하지 않으셨다

 

너희와 이스라엘이 잠들지 않게

 

지켜주셨도다

 

신은 너희의 보호자시고
너희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시며

 

악마로부터 네 영혼을
보호해 주실 것이다

 

나가고 들어올 때도
지켜 주실 것이며

 

앞으로 영원히
보호해 주실 것이다, 아멘

 

- 아멘
- 아멘

 

- 모자 주세요
- 고마워요

 

아주 좋아요

 

-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 앉으세요
- 어디 가니?

 

노래와 선물 증정
순서가 남았어요

 

- 선물?
- 안 됐지만 올해는 없어요

 

원래는 모두에게 선물을 주죠

 

- 알겠어요
- 크리스마스 날처럼요!

 

크리스마스 날?

 

아니에요

 

어떻게 유태 사람이
하누카 날도 몰라요?

 

첫날에는 오늘처럼 초를
하나만 켜고

 

다음날은 두개

 

이런 식으로 총 8개를 켜요

 

8개가 모두 켜지면
너무 근사하죠

 

가장 좋았던 선물이
맨 마지막 날 선물이었어요

 

날이 갈수록 더 좋아졌죠

 

모두 살아있는 것만도
아주 훌륭한 선물이야

 

그게 다가 아니에요
드릴 게 있어요

 

뭔데?

 

- 선물이에요
- 정말?

 

저것 봐요

 

- 축제 같죠?
- 즐겁죠?

 

언니 거야

 

큰 소리로 읽어 봐

 

언제나 화내지 않는 언니

 

너무 참지 마

 

언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걸로 낱말풀이 게임을 해

 

뭔가 봐

 

낱말풀이 게임 책이네

 

사실 언니가 풀었던 책이야
내가 슬쩍해서

 

잊을 때쯤
다시 주는 거야

 

고맙다

 

아줌마 선물이에요

 

세상에...
난 준비 못 했는데

 

샴푸에요

 

비누 찌꺼기들을 모두
모아서 물하고 섞었어요

 

정말 고맙구나!

 

여러분들을 위해 시를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어요

 

반단 아저씨거는 정말
기가 막힌 거예요

 

아저씨가 가장 원하시는 거죠

 

담배예요

 

이것 좀 봐요

 

- 담배!
- 2개피예요

 

아빠의 파이프용 담배를
가지고 만들었어요

 

사실 아빠가 만드셨죠

 

빨리 불 붙여 봐요

 

어서요

 

정말 담배예요

 

진짜요

 

보풀이 있긴 하지만
괜찮아요

 

고맙구나

 

반단씨!

 

엄마 거는
하누카 카드예요

 

엄마를 위해 봉사할 게요
지금부터 10시간 동안

 

뭐든지 분부만 내리세요

 

안네 올림

 

10시간 동안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한다구?

 

그래요

 

저 한테 팔지 않으시겠어요?

 

싫어요, 제가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예요

 

아버지 거예요

 

내 것도 있단 말이니?

 

목도리예요

 

목에 두르고 계세요

 

매일 밤 어두운 데서 짜느라
어떤지 모르겠어요

 

좋다
정말 고맙다

 

정말 예뻐요

 

정말 고맙다

 

이건 무쉬 거

 

고마워

 

그리고 이건 네 거야

 

꽥꽥 아줌마가 주는 선물

 

어서 열어봐

 

안 열어 볼 거야?

 

뭔지 어서 보자

 

안전 면도기야

 

새것은 아니지만
미프 아줌마가 주신 건데

 

네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 왜?
- 입술 위쪽을 보세요

 

면도 하라고?

 

그 위에 우유를 바르고
고양이더러 핥으라고 하면 돼

 

하나도 웃기지 않아요

 

아니 당장 해보려고
가는 것 좀 봐

 

무쉬한테 선물 주러
가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룸 메이트인 듀셀 아저씨 거

 

내 것도 있니?

 

- 마개잖아
- 귀에 꽂는 거예요

 

그걸 꽂으시면 밤에 제가
소리 질러도 못 들르실거예요

 

직접 만든 건데
잘 되는지 한 번 껴 보세요

 

- 이렇게 끼면 되지?
- 준비 됐죠?

 

- 뭐라고?
- 준비 됐냐구요?

 

안 들리나 봐!

 

안으로 들어갔나 봐요
빠지질 않아요

 

고맙다

 

이제 노래를 불러요
저기...

 

하누카 노래를 한 번
들어 보세요

 

안네야, 오늘 밤엔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게 좋겠다

 

듀셀씨, 이노랜 축하의 노래라

 

기분을 신나게 하죠

 

같이 노래 불러요
작게 부를게요

 

좋아. 조용히 부르는지 보마
너무 큰 소리로 부르면

 

오 오!

 

고양이를 데리고 나오지 말랬잖아!
어서 데리고 가

 

왜 그러니?
어서 데리고 가

 

- 정신이 있니? 어서 데리고 가
- 고양이요?

 

데리고 가라니까

 

아무 것도 없어요

 

듀셀씨

 

고양이가 없어도
털이 옷에 묻어 있느니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다시 이러지 않을 거예요
곧 없앨 테니 걱정 마세요

 

이제야 통하는 군요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음식을 먹는 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요

 

아니에요
부스러기만 먹이는 걸요

 

그런말 마
매일 살만 찌잖아

 

우리보다 더 보기 좋다구
밤에 당장 내보내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
피터 고양이잖아요

 

- 피터가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 안네야

 

내쫓으면 저도 나갈 거예요

 

그래 가라

 

아무도 안 내보내
하누카 날에 왜들 이래요?

 

안네야, 노래하렴

 

먼저 촛불을 끄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리고 내일 밤에
다시 켜자

 

다 탈 때까지 그냥
놔두는 거잖아요?

 

아끼기 위해 그러는 거
하느님도 이해하실 거다

 

주님, 우리를 지켜주시고

 

축복해 주소서, 아멘

 

아멘

 

- 간 것 같은데?
- 들켰어

 

그렇다면 지금쯤
여기로 올라 왔을 거에요

 

경찰이 분명해
사람을 부르러 간 거야

 

서류를 찾으러 온
게슈타포일지도 몰라

 

아니면 돈을 노리는
도둑일지도 몰라요

 

내려가 볼 게요

 

아직 있을지도 몰라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월요일 아침까진
알아볼 방법이 없어

 

아무 것도 모른채
이틀이나 보낼 순 없어

 

돈을 주면 그냥 갈지도 몰라요

 

- 어서 빨리 돈을 갖다 줘요
- 조용히 해

 

집단 수용소로 끌려가고
싶어서 그래요?

 

잡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구요?

 

잠자코 있어

 

누가 가서
아빠를 모셔와야 해요

 

- 가만히 있어
- 아저씨 제발요

 

안네!

 

내 눈을 들어 구원의
빛이 비출 산을 쳐다보도다

 

그곳에 천지를 창조하신 주님
내 소원을 들으러 오실지니

 

우리가 잠들지 않게
지켜 주셨고

 

이스라엘도 잠들지 않게
지켜주셨도다

 

신은 우리의 보호자시고

 

어디서나 지켜주시니...

 

이리와 보세요

 

가서 살펴 보죠

 

악마로 부터 우리의
영혼을 지켜주소서

 

주님이 우리를

 

지켜주시니...

 

누가 타자기를 훔쳐서
급하게 도망갔나 봐요

 

현관문이 열린 채로 있는 걸
야경꾼이 지나가다 봤어요

 

도둑이 제가 오는
소릴 듣고 도망갔어요

 

문을 잠그그
나중에 보고하세요

 

문을 잠그고 갔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차라리 잡아가는게

 

속 편하겠어

 

이제 됐어요
위험하지 않아요

 

누가 그래요?

 

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란 걸 모르시겠어요?

 

이제 그만하세요

 

저놈의 고양이 때문에 누군가
우리를 알아챘을거예요

 

- 눈치챘을 거라구요
- 그자는 도둑이에요

 

도둑이 경찰에 가서
간밤에 도둑질을 하는데

 

이상한 소릴 들었다고
말할 것 같아요?

 

- 네, 그럴 것 같아요
- 미쳤군요

 

도둑이 언젠가 붙잡히면

 

게슈타포와 거래를 하겠죠

 

자기를 놓아 주면

 

유태인이 숨어 있는 곳을

 

- 알려 주겠다고요
- 오

 

맞아요

 

여기서 나가요
더는 못 있겠어요

 

- 어서 나가요
- 나가? 어디로?

 

그래, 어디로?

 

믿음을 벌써 잊었나요?

 

용기도요

 

좀 전만 해도 우릴
잡으러 올 거라고 했는데

 

아직 이렇게 안전하게
살아 있잖아요

 

주님,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

 

- 아멘
- 아멘

 

안네야

 

노래 불러 줄래?

 

어서

 

하누카, 하누카
경축합니다

 

1944년 1월 1일 토요일

 

새해가 시작됐지만

 

우린 아직도 숨어 있어

 

벌써 1년하고도

 

5개월 25일이 지났어

 

우리 식구 중
한 명이 떠났는데

 

바로 무쉬가 도망갔지

 

우린 비쩍 말랐어

 

반단씨네 논쟁은
전보다 더 격렬해 졌고

 

엄마와 난 아직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근데 내 몸에

 

큰 변화가 생겼어

 

내 몸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나한테 일어나는
이 멋진 일은 물론

 

볼 수도 있는 거지만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거야

 

그 비밀이 생길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근데 그 비밀이 다시 생기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안네, 피터!

 

클라러씨와 미프가 왔다

 

고마워요

 

하루 쯤은 쉬셔야죠

 

그러지 마세요
두 분을 뵐 때가 제일 좋은데

 

- 이게 뭐예요
- 안네
- 아저씨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당신도요

 

- 좀 어떠니?
- 좋아졌어요

 

아무 약이나 다 먹고 있어요

 

기침을 멎게 하려고요

 

미프가 케잌을

 

가져왔구나

 

오오

 

- 케잌
- 좋아

 

접시를 가져 올게요

 

- 고마워요
- 정말 고마워요

 

몇 주 동안 쓸 설탕을
다 썼겠군요

 

너무 예쁘죠?

 

케잌 본 지가 오래됐어요

 

작년에 갖다 준 케잌에

 

"1943년엔 평화를"이라고 썼죠

 

"1943년엔 평화를"

 

언젠가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여기 있어요

 

모두..

 

- 몇명 이지?
- 난 안 먹어요

 

- 안돼요
- 좀 들어요

 

그럼 하나, 둘, 셋...
모두

 

- 일곱 명이네요
- 8명이죠

 

우린 8명이잖아요?

 

마고는 안 먹을 것 같아
뺐어요

 

- 왜 안 먹어요?
- 케잌정도는 해가 안돼요

 

알았어요, 저는 그저 기침이
재발할까봐 그런 거라구요

 

프랑크 부인이 잘라 주세요

 

왜요?

 

그래야 똑같이
나누실 것 같아서요

 

- 내가 어때서요?
- 그만 해, 시간 낭비야

 

똑같이 안 나눠줬어요?

 

- 그랬어요?
- 그만 하라니까

 

어서 말해 보세요
네?

 

그래요, 다른 사람은 같아도

 

반단씨 건 좀 컸죠

 

이 사람은 항상...

 

이제 그만 하세요

 

어서 케잌이나 먹도록 하죠

 

- 여기 있습니다
- 고마워요

 

- 정말 안 드시겠어요?
- 네

 

- 미프도
- 네, 괜찮아요

 

어서 자르세요

 

고마워요

 

여기 있다, 피터

 

무쉬는 집에 갔을 거예요

 

좀 들러봐 주실 수 있어요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있을지 걱정이구나

 

벌써 누군가 그 고양이로
요릴 해 먹었을 걸

 

- 정말 맛있어요
- 맛있어

 

가야겠어요
오늘 밤 파티가 있거든요

 

좋겠다

 

뭘 입으셨는지

 

뭘 잡수셨는지 내일
다 말씀해 주세요

 

그럴게

 

- 갈게요
- 살펴가세요

 

잠깐, 부탁할 게 있어요

 

어디 가세요?

 

뭐 하시게요?

 

안돼요, 내 코트는 손대지 말아요

 

- 왜 그러시니?
- 엄마가 가장 아끼시는 코트를 파시려는 거예요

 

이건 제 거예요

 

- 안돼요
- 팔아야 해

 

이런 때 저런 코트를

 

끼고 있는 바보가 어딨어?

 

아저씨가 상관하실 일이 아니에요

 

- 또 그런 말씀하시면...
- 피터야

 

이걸..

 

팔려고 논쟁을 좀 했어요
집사람을 설득하느라고요

 

나 다니는 사람들한테나

 

쓰일 걸 놔두는 건

 

이기적인 짓이죠

 

아주 좋은 값으로 좀
팔아주시겠어요?

 

그리고 오시는 길에

 

담배 좀 사다 주세요. 종류는
상관없어요. 되는 대로 사주세요

 

어렵지만
힘써 볼게요, 그럼

 

- 잘 가요
- 안녕히 가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 아이가...
- 사태가 아주

 

안 좋은 가요?

 

당신도 아는 칼이라는 남자애가

 

제 사무실에 와서

 

당신 소식을

 

아냐고 묻는 거예요

 

스위스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니까

 

자기도 그렇게 들었지만
더 아는 거 없냐는 거예요

 

저는 별로 신경 안썼고
잊어버리려고 했죠

 

근데 어제 창고에서 나와

 

사무실로 갔는데

 

뒤를 보니

 

그 녀석이 서서
책장을 보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는 문이
여기 있었던 것 같다며

 

다락방까지 어떻게
가냐고 묻는 거예요

 

그러더니 일주일에

 

- 20길더씩 돈을 달라고 했어요
- 협박이군요

 

- 20길더씩이나 달라고?
- 시작에 불과할 거에요

 

제 생각을 말해 볼까요?

 

그 놈이 바로 그 도둑이에요

 

그래서 여기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생각해 보겠다고 했죠, 뭐

 

어떻게 하죠? 돈을 줘요?
아님 해고를 할까요

 

- 정말 모르겠어요
- 해고하면 안돼요

 

돈을 주고 늘 곁에서

 

지켜 봐야 해요

 

그렇게 많은 돈이
요즘 어딨어요?

 

전쟁으로 한 몫 챙기겠다는
심사인가 본데

 

문제는 그 아이가 정말
알고 있냐는 거죠

 

반만 주면 협박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알고 있다면
우리가 돈을 내요?

 

- 요구하는 대로 어떻게 다 줘요!
- 그거 그때 가서 결정하죠

 

어쩌면 제가 잘못
생각하는 지도 몰라요

 

하지만 요즘엔 아무도 믿어선
안되기 때문에 그래요

 

휴일에 누가 전화를?

 

집사람이에요
사무실 간다고 했더니

 

교회갈 때 전화 한댔거든요

 

복 많이 받으세요

 

- 갈게요
- 잘 가요

 

- 그럼 반만 줄게요
- 정말 고마워요

 

이게 다 당신 아들 때문이야

 

그 날, 망할 놈의
고양이 때문에

 

이제 남은 건 언제
들이 닥치냐는 거예요

 

가끔 어떻게 되든지간에
끝나기를 빌었죠

 

- 마고!
- 그럼 어디로 가겠죠, 뭐

 

그런 말하면 못 써
다신 그러지 마

 

좋은 일만 생각해

 

매일 전쟁에서 수천 명이
죽는다는 걸 생각해 봐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그래서요?

 

이럴 때 그런 생각하면
뭐가 달라져요?

 

다 쓸 데 없어요!

 

언니와 나, 피터는
젊어요

 

어른이 되면
할 게 많다구요

 

근데 가장 끔찍한
생각만 하고 있어요

 

희망을 품고 살려고
애쓰지만

 

모든 게 파괴 되고만 있죠

 

이렇게 된 건
우리 잘못이 아니에요

 

- 우리 때문이 아니라구요
- 내 말 들어 봐

 

우리한테 그 짐을
떠넘기지 마세요!

 

우리가 꼭 전쟁을
벌인 것처럼 말하는군

 

우리가 그랬나 뭐?

 

- 네거야
- 고마워

 

넌 아무렇지 않은줄
알았어

 

난 엄두도 못내는 말을
아주 잘 하더라

 

난 말이 너무 많아서

 

사람 감정을 상하게 해

 

네가 옳다고 생각해

 

고마워

 

무쉬를 누가 먹었을 거라고
얘기 하셨을 때

 

아저씨를 한대
때리고 싶었어

 

학교에선 늘 그랬거든

 

근데 여기선 싸우고 싶으면
방으로 들어가 버리지

 

들어갈 방이라도
있으니 좋겠다

 

어른들은 정말 마음대로야

 

언제나 어른들 말씀을
참고 따라야만 되지

 

지금 아주 멋지게
한 방 날렸잖아?

 

너무 화가 나

 

어른들은 뭐든지

 

훈계하려고만 드셔

 

아직 받아들일 준비도
안됐는데 말이야

 

우리 또래 애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어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려 들면

 

꼭 무슨 일이 펑! 하고 터지지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 네 아버진 좋으신 분이야
- 그럼 물론이지

 

나랑 아주 잘 통하는
유일한 분이야

 

우리 좀 봐

 

이렇게 오랬동안

 

말한 거 처음인 것 같아

 

누군가와 얘기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치?

 

덕분에 화가 풀렸어

 

화 풀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 방으로 와

 

화나면 정말 무서운데

 

나 한텐 괜찮아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 안녕히 주무세요
-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 들어가도 되니?
- 아뇨, 옷을 안 입었어요

 

언니

 

- 나 정말 못 생겼어?
- 이제 그만 해

 

말해 봐

 

아냐, 맑은 눈에

 

생기가 넘치는 걸

 

- 들어가도 되니?
- 그럼요

 

- 듀셀씨가 너무 오래 기다리셨어
- 하루 종일 방을 차지하고 계셨는 걸요, 뭐

 

오늘밤엔 피터방에 가지 않을거지

 

생각해 보구요

 

피터가 귀찮지 않겠니?

 

저도 그런 거쯤 알아요

 

그럼 들어갈 때 문은
닫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반단 아줌마같이 말씀하시네요

 

뭐 나쁜 짓 할까봐
그러는 게 아니라

 

네가 나쁜 소릴 듣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해서

 

죄송하지만
피터 방에 가야겠어요

 

반단 아줌마가 우리 우정을
방해하시지 않았으면 해요

 

잠깐만요

 

옛날엔 남자가 여자를

 

찾아 갔잖아요
피터 방이

 

대화의 방이 됐어요
대화요?

 

제가 젊었을 땐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미안해, 또 혼자 밖에
있게 해서

 

- 언니한테 죄 짓는 것 같아
- 왜?

 

피터방에 갈 때마다

 

언니마음에 못 박는 것 같아

 

내가 언니라면
심하게 질투했을 거야

 

좀 샘 나긴 하지만
너랑 피터 때문이 아냐

 

난..

 

속 마음을 털어 놓을 상대가

 

없어서 그래

 

- 난 그냥...
-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재미있게 놀다 와

 

내 마음을 보여줄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피터는 내 상대가
아니야

 

질투할 거 조금도 없어

 

고양이 자리를 메꿔주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 방에 좀 들어가자
- 잠깐만요

 

그럼 갈게
비난의 대상이 될 시간이야

 

고맙구나

 

저 애좀 봐요

 

아들이 있어서 정말 좋군
얼굴 한 번을 못 봤어

 

잠깐만, 피터

 

내 아들이랑 잠시만
얘기해도 되겠니?

 

밤새 그 방에 있지 말아라

 

아직 잠을 많이 잘 나이야

 

늦지 말고 9시까진
꼭 와야 한다

 

- 알겠니?
- 네, 이제 가도 좋죠?

 

종소리를 잘 들어

 

정말 못 말려

 

우릴 애 취급하시잖아?

 

넌 신경도 안 쓰잖아
나도 그렇고

 

어른들한테 꼼짝
못 하는구나

 

우리 나이 때 어땠는지
생각해 보시지만

 

요즘 애들이 얼마나 더
앞서가는지 모르실 거야

 

나 하고싶은게 있어
너도 알지?

 

언론인이 될 거야

 

글 쓰는걸 좋아하니까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지금은 뭐냐면

 

네델란드 군인이 돼서
싸우는 거야

 

그거 안돼, 할 수 없어

 

할 거야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될 수 있어

 

알지만, 입대해서
싸우고 싶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정말 싫어

 

언니를 좋아하지?

 

언니를 본 순간부터

 

나보다 더 좋아했잖아

 

- 잘 모르겠어
- 괜찮아

 

모두들 그러니까
언니는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지만
난 아닌걸

 

- 그렇지 않아
- 아냐, 정말 그래

 

예쁘지 않은 거 잘 알아

 

가망이 없다는 것도 알고

 

그렇지 않아

 

넌 참 예뻐

 

거짓말 마

 

사실은 말이야

 

너 처음과 좀 달라졌어

 

내가?

 

수다쟁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니?

 

그러니까...

 

얌전해졌어

 

날 싫어하지 않다니
다행이야

 

싫어한 적 없어

 

여기서 나가면 금방
날 잊어버릴 거야

 

말도 안돼

 

친구들을 만나면
넌 이럴거야

 

그런 꽥꽥이 아줌만
처음 봤다고

 

- 말 할 친구도 없어
- 그렇지 않아

 

-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있어
- 난 아냐

 

친구가 없다는 게 더 편해

 

그럼 나도 필요 없어?

 

나 친구라고 행각했는데

 

그래..

 

모두 너 같으면

 

좋을텐데

 

피터...

 

키스해 본 적 있니?

 

응..

 

한번

 

예뻤어?

 

키스 한 여자애?

 

몰라
눈에 뭘 가렸었거든

 

파티에서 키스하는
게임이 있었어

 

그걸 키스 했다고
하는 거야?

 

그럼 없어

 

난 두 번 있어

 

한 번은 생전 처음 본 남자가

 

빰에 키스해서

 

막 울었고

 

한 번은 아빠 친구분이
내 손에 키스를 해 주셨어

 

그것도 키스에 포함되지
않는 거지?

 

물론 포함 안돼

 

언닌 약혼자가 아니면
절대로

 

키스하지 않을 거야

 

엄마도 아빠가
처음이셨을게 분명해

 

모르겠어

 

세상이 달라졌는데

 

여잔..

 

약혼자가 아닌
사람과 키스하면 안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

 

생각해봐,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잖아?

 

무슨 생각해?

 

그건 여자한테
달린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뭐든지 나쁘다고만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거든

 

난 항상 두 사람이...

 

가야겠어

 

그래

 

잘 자

 

또 올거지?

 

그럼

 

다음엔 일기장을 갖고 올게

 

너랑 할 말이 아주 많거든

 

네 얘길 많이 썼어

 

어떤 얘기?

 

보여주고

 

싶지 않아

 

왜냐면 처음엔 별로였거든

 

내 인상이 안 좋았던 것처럼

 

그럼 이젠 생각이

 

달라진 거니?

 

곧 알게 될 거야

 

잘 자라

 

잘 자라

 

으흠

 

밖은 지금 대단해

 

공격이 날로 더
치열해 지고 있거든

 

사람들은 모두 자유에 관한
얘기밖에 안해

 

그런데 이번에
최악의 소식을 들었어

 

우리에게 줄 배급을 타던
사람이 체포됐대

 

클라러 아저씨는
위궤양으로 입원하셨대

 

우리도 걸릴까봐 걱정 돼

 

이제 미프 아줌마가
모든 일을 다 하시게 됐어

 

밖의 상황을 보면
우린 정말 운이 좋은 거야

 

봄이 오고 있나 봐

 

육체와 영혼에 깃든
봄을 느낄 수 있거든

 

머리가 혼잡해

 

그리워

 

모든게 다 그리워

 

여보! 빨리요

 

음식을 훔쳐가요
반단씨가 훔쳐가요

 

빵을 지켜요

 

저 나쁜 도둑!

 

빵을 내놔요

 

놔요
피터, 도와다오

 

피터, 도와 줘

 

놔요

 

놔요!

 

무슨 일이에요?

 

빵을 훔쳤어요

 

바로 당신이었군

 

쥐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 배가 고파서요
- 우리 모두 그래요

 

애들은 비쩍 말랐어요

 

당신 아들도 배가 고파
잠을 못 잔다고 들었어요

 

근데 밤에 몰래
애들 먹일 빵을 훔쳐요!

 

우리보다 더 먹어야 해요
식성이 좋은 데다 몸도

 

더 크잖아요

 

당신이 더 나빠요

 

엄마가 어떻게 자식
먹일 음식을

 

남편에게...

 

가장 큰 건 남편에게 주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요

 

말 안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밖으로 나가 주세요
여기서 당장 나가요!

 

나가라구요?

 

무슨 말이에요?

 

- 떠나 달라구요!
-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분명히 말했어요

 

2년동안 여기서
같이 살았잖아

 

서로를 존중해 가면서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내쫓겠다니?

 

다시는 이런 일 없겠죠?

 

- 그럼요
- 다시 또 그럴 거예요

 

내보내고 싶어요
나가요!

 

피터도..

 

나가요?
아무 잘못 없는데

 

피터는 괜찮아
여기 있어도 돼

 

저도 갈래요
저 분은 제 아버지예요

 

저런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야

 

아버지가 뭔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요
여기 있을 순 없어요

 

맘대로 해

 

피터, 안돼

 

거리를 나가라구요?

 

다른 곳을 알아 보세요

 

어디서 숨을 곳을

 

찾아요?

 

프랑크씨..

 

여기 처음 오셨을 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셨죠

 

신세를 많이 졌다며...

 

그건 이미 다 갚았어요

 

당신이 이러는 거
처음 봐

 

진작 다 말했어야 했는데

 

저런 사람들 한테
잘 해줄 필요 없어요

 

당신만 없었어도...

 

됐어요
그만 하세요

 

나치가 올 필요도 없겠군

 

우리끼리 싸우니

 

내 쫓지

 

마세요
잡혀갈 거예요

 

당장은 아냐, 미프가 다른 곳을
찾을 때까진 있어도 돼

 

프랑크씨 거, 마고 거

 

음식 가지고 이렇게
싸우는 건

 

너무 무식해요

 

안네 거

 

반단 부인, 반단씨 거

 

- 보셨죠?
- 들어보세요

 

공격에 대한
속보를 알려 드렸습니다

 

다시 알립니다, 오늘 아침 노르망디
상륙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들어 보세요!

 

D-데이가 왔습니다
밤새 연합군이 모두...

 

들어 보세요!

 

- 피터 거, 내 거
- 가장 큰 걸 가졌죠

 

- 아뇨
- 맞아요, 다른 것과 재봐요

 

- 싫어요
- 이걸 봐요

 

그건 반단씨 거예요

 

그만해요
감자 좀 그만세요!

 

미프예요, 문 열어 주세요

 

미프에게 이런 꼴을 보여선
안 됩니다

 

공격이 시작됐어요

 

좋은 소식이에요
공격이 시작됐어요

 

연합군이 상륙했다는 거 들으셧죠?
프랑스 해안에 있는 노르망디에요

 

- 영국, 미국!
- 모두 왔어!

 

네델란드,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모두 왔어요

 

- D-데이라고 불러요
- D-데이!

 

- 클라러에요!
- 그럴리가 없어요!

 

클라러씨 같아

 

들으셨죠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여러분과

 

있고 싶어 왔어요

 

쉬 쉬

 

일군들 오기 전에 나가요

 

- 또 올게요
- 잘 있어요

 

잘 가요, 고마워요

 

왜 그래요?
왜 울어요?

 

너무 챙피해

 

뻔뻔하긴

 

그쳐요, 그만

 

들으셨죠?

 

곧 자유를 되찾을 거예요

 

축하할 일이라구요

 

애들 줄 빵을 훔치다니...

 

우리 모두의 책임이에요

 

제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어요

 

- 아니다
- 정말 나쁜 아이였어요

 

나보단 나아

 

내가 제일 나쁜 놈이야

 

그만해요
기분 좀 풉시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말을 했는지...

 

아뇨, 당신 말이 맞아요

 

친구이자 손님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을 하다니...

 

그만해요
지금 얼마나 즐거운 순간인데

 

전능하신 하느님

 

오늘,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이제 인류의 영광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요즘 우린 모두
들떠 있어

 

그 뉴스가 우리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이야

 

이제 친구들도 모두
돌아오겠지

 

존경하는 여왕님께선
"곧 내가 돌아가면" 이란

 

말씀을 언급하셨어

 

가을쯤엔

 

다시 학교에 갈 지도 몰라

 

1944년 7월 7일 수요일

 

공격이 점차
힘들어 지는 것 같아

 

클라러 아저씬 수술 받으러

 

다시 입원하셨어

 

그 날 너무
무리하셨나 봐

 

고맙습니다

 

미프 아줌마가 그러는데

 

전에 그 남자가 모르는 것
같긴 한데

 

돈은 줄 거래

 

야채가게 아저씨가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어

 

오늘 유태인을 숨겨준 게
발각 됐거든

 

적을 거예요

 

야채 가게 허크씨가
오늘 붙잡혀 갔거든요

 

게슈타포가 도둑 맞은
타자기를 찾아냈어요

 

안돼!

 

우리를 찾아낼 때까지
계속 추적할 거야

 

너 때문이야

 

모두 기운이 없어

 

아버지까지 기운이
없으셔

 

나도 가끔 우울해 지지만
절망에 빠지진 않아

 

글만 쓰면 기분이 나아지거든
하지만...

 

그게 고민이기도 해
정말 잘 쓸수 있을까?

 

정말 알고 싶어

 

죽은 후에도 전해지는
명작을 쓰고 싶어

 

계속 울리는데요

 

들으시죠?

 

네

 

세 번째예요

 

세 번이나 계속
울리고 있어요

 

신호예요

 

미프가 보내는 걸 거예요

 

오지 못 하니까 우리한테
뭘 알리려는 거예요

 

- 그만 하세요
- 당신은 쓸모 없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요

 

미프가 안 온지 벌써
3일째예요

 

일군들도 안 왔어요

 

이 건물에선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일요일인가 봐요

 

우리가 깜빡 했나 보죠

 

일기장에 있지?
무슨 요일이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정도는 알아요

 

8월 4일 금요일이에요

 

금요일인데도 일하러
오지 않았잖아요

 

클라러씨가 죽었나 봐요

 

그 외엔 다른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건물이 문을 닫았고
미프가 알려 주려는 거에요

 

미프는 절대 전화 안해요

 

- 전화 좀 받아 보세요
- 싫어요

 

말하지 말고 받기만 해요
미프인지 확인만 해 봐요

 

젠장, 좀 받아요

 

절대로 안돼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누구한테도 알려선 안돼요

 

맞아요

 

- 네가 누구 편인지 굳이 안 밝혀도 돼
- 여기서 잠자코 있어야

 

무슨일이 생기지 않아요

 

듀셀씨

 

듀셀씨

 

늦었어요

 

죽을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 없겠군요
- 못 참겠어요

 

- 차라리 죽고 싶어
- 제발 그만 좀 해

 

제가 죽었으면 좋겠죠?
그럴 거예요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미국이나 스위스에서
잘 살 수도 있었잖아

 

근데 당신이 떠날 수 없다고 했어
가구들을 남기고 갈 수

 

- 없다고 했잖아!
- 그래요, 제 탓이에요

 

모두 제 탓이라구요

 

피터

 

하늘을 봐봐

 

구름이 너무 예뻐

 

날씨가 너무 좋아

 

답답해서 미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밖에 있다고 상상해

 

아빠와 함께 갔던
공원을 산책하는 거야

 

길가엔 여러가지
꽃이 피어 있지

 

밖에...

 

있다고 상상하면
뭐가 좋은지 알아?

 

어디든 갈 수 있단 거야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계절이 계속되고 말이야

 

멋있지 않니?

 

밖에서 살 땐
몰랐는데

 

여기 있으니까
자연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아

 

만약 무슨일이
생기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도 종교를 가져봐

 

됐어

 

싫어

 

광신자가 되라거나

 

천국이나 지옥이 있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믿음을 가지라는 거야

 

무슨 종교든 상관없이

 

한 번 믿어 봐

 

밖에 있는 모든 걸 생각해

 

나무와 꽃

 

갈매기,

 

너를 포함한 소중한
사람들도 생각해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사람들 말야

 

아저씨와 아줌마
야채 가게 아저씨

 

우리 때문에 위험 속에
사시는 분들...

 

이렇게 좋은 일들을 생각하면
무섭지 않아

 

내 자신도 찾고

 

- 하느님도...
- 알았어

 

근데, 난 생각만 하면

 

며리가 아파

 

우리를 봐

 

2년 동안 여기 숨어 있었어

 

꼼짝도 못하고 이렇게...

 

우리를 잡으러 올 때까지
있어야 하잖아

 

늘 고통만 받으며
살지는 않아

 

사람들은 항상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은 이 민족이
한 번은 다른 민족이...

 

그 말은 위로가 안돼

 

끔찍하다는 거 알지만
믿음으로 버텨야 해

 

이런 나쁜 상황엔 더욱

 

가끔 무슨 생각 하냐면

 

세계도 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

 

나랑 엄마처럼

 

그러니까

 

지나갈 거야

 

언젠가는 말이야

 

아직도

 

믿고 있어
현실이 이렇긴 해도

 

사람들 마음은 다 착할 거야

 

지금보고 싶어

 

나중이 아니라 지금

 

시야를

 

넓게 가지고 본다면

 

지금은 인생 중
아주 짧은

 

부분밖에 안돼

 

바보같은 어른들과
똑같아지잖아

 

하늘 좀 봐

 

너무 예쁘지?

 

언젠가 여기서 나가면

 

나는...

 

문 열어!

 

문 열어!

 

2년동안 공포 속에 살았는데

 

이젠 희망을 가지고 살게 됐군

 

여기 사는 게
이젠 끝난 것 같아

 

경찰이 물건 챙기라고
잠깐 시간을 줬어

 

가방 하나에 옷가지들을
담았지

 

다른 건 안된대

 

그래서..

 

너를 여기에 두고
가야만 해

 

잠깐동안 헤어지자

 

P.S. 제발 부탁드려요

 

이 일기장을 발견하시면
저를 위해 보관해 주세요

 

언젠가 다시...

 

끝이군

 

음식을 구하러
시골로 갔었죠

 

돌아와 보니 경찰이
건물에 있었어요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알아 봤더니

 

도둑이 말을 했더군요
그 도둑은 바로...

 

이젠 궁금하지도 않아요

 

처음 수용소에 있을 땐
희망이 있었어요

 

신나는 뉴스를 들었거든요

 

아군이 프랑스를 휩쓸어서

 

곧 올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9월에 폴란드에
있는

 

남자 수용소로 갔어요
여자들은 다른 데로 갔죠

 

벤젠으로 갔다더군요

 

난 아우슈비츠에 있었는데

 

1월에 석방됐죠
남은 자는 몇 안됐어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때라

 

고향으로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죠

 

기차가 설 때마다 우린..

 

교차로나 측선으로 나가

 

이 무리 저 무리를
기웃거렸죠

 

어디 있었나요?

 

벤젠에 있었나요?
부쉔발트?

 

마타우젠?
어디요?

 

혹시 제 아내 아세요?

 

제 남편 본 적 있나요?
아들은? 딸은?

제 남편 본 ?

 

그렇게 해서 집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됐죠

 

마고와 반단 부인

 

피터와

 

듀셀씨도요

 

하지만...

 

안네가...

 

그때까진 희망이 있었죠

 

어제 로테르담에서

 

한 여자를 만났는데

 

벤젠에서 안네랑 같이
있었대요

 

이젠 그 애 소식을 알죠

 

누가 뭐래도

 

난 아직 사람들 마음이
착할 거라고

 

정말 부끄러워요 285906>